
메리 크리스마스
w. 먼지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게.
확실하게 말 할 수 는 없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술렁거리는 이 느낌이 낯설기만 했다. 언제나 봐왔던 얼굴이, 그 웃음이, 그 목소리가. 하나하나 더 깊게 박혀들어왔다. 망막에 새겨지는 너는 매일매일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지는 하나의 느낌.
거북함.
그의 얼굴이, 웃음이, 목소리가, 손짓이, 행동이, 그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거북했다.
닿고싶지 않아. 보이고 싶지 않아. 시선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이 거북함은 녹아 사라지기는 커녕 눈처럼 쌓이기만 했다.
"선배님, 크리스마스 스킨 적용해야하는.. 선배님? 듣고 계신가요~?"
언제나처럼 다가와 웃는 그가 왜 낯설게 느껴지고 왜 거북하게 느껴지는 걸까..
"듣고 있네.. 그 스킨은 저쪽 게임으로 넣.."
미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렸으면 좋겠어요.'
'아이같네. 아직도 눈이 좋아?'
'선배님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잖아요. 행복하면 행복 할 수록 좋죠.'
스치듯 지나가는 대화들. 낯설기만한 그의 온화한 미소.
"선배님?"
"...저쪽으로 넣게. 그리고 나 좀 보지."
이상했다. 나는 그와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었다. 나는 그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없었다. 등뒤에서 스멀스멀 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찝찝함이 발목을 잡아챌 것 같았다. 초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빨라지는 걸음은 이내 거의 뛰고 있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만큼 뛰었다. 무언가에게 집어삼켜질 것 같은 느낌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숨을 몰아쉬고 뒤를 돌아보자, 흐트러짐 하나 없이 나를 뒤따라온 그가 여느때처럼 웃고 있었다.
'행복하면 행복 할 수록 좋죠.'
그때와는 다른 미소다. 너는, 좀 더 온화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잖아.
"왜.. 그렇게 웃지?"
"네?"
"...아니, 아니야. 미안하네."
의문이 가득한 얼굴에 고개를 저었다. 착각이다. 분명. 그는 내 앞에서 저렇게 웃은 적이 없다. 그럴 사이도 아니었다. 자신이 불러놓고 실없는 질문만 하고 다시 돌려보내는 꼴이라니..
"잠시 착각했네, 미안하군. 다시 돌아가지."
"...네. 뭐, 괜찮습니다. 선배님이랑 같이 있는 시간은 즐거우니까요~"
'선배님이랑 있으면 언제나 즐거워요~'
"....."
또다시 스치는 낯선기억에 우뚝 멈춰버렸다. 앞서 돌아가던 그의 발걸음도 멈췄다. 그가 돌아본다. 기억속의 그처럼.
'선배님도, 즐거우신가요?'
환하게 웃으며 질문했던 그처럼, 그가 입을 열었다.
"선배님도 저랑 있으면 즐거우신가요?"
그처럼 웃진 않았다. 어딘가 비틀린 것 같은 미소가 기괴해보였다. 낯설지만 익숙한 질문에 나는 대답 할 수 없었다. 대신 혀끝까지 올라온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자네는, 누구지?
"....그런 생각, 좋지 않은데 말이에요."
"뭐?"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가 다시 만들어진다. 짜증나있는 표정. 언제나 실실거리기만 했던 얼굴을 일그린채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뒤는 차가운 벽에 막혔고 앞에는 위압감을 뿜는 후배에게 막힌채 침을 삼켰다.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
누구야, 너는 누구야. 치트는, 치트는?
"....하아, 완벽한 건 좋은데 말이에요.."
"....."
"저는, 선배님의 치트랍니다."
"....웃기지 말게. 자네는, 대체 누군가..?"
나의 질문에 치트로 보이는 그는 양 손을 옆으로 넓게 뻗어보였다. 어깨를 살짝 들었다 놓으며 무대위의 광대가 연기하는 것 처럼 웃었다. 그 광기어린 웃음에 나는 조금 더 주춤했다. 치트는, 대체 어디로.. 버그인가..
"선배님은.. 왜.. 왤까요? 왜 항상, 알아버릴까요.."
한참을 웃던 그는 한숨을 쉬었다.
"...치트는 어디있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내 조수를 어떻게한거냐고. 왜 그 모습을 하고 있냐고. 어디가서 나자빠져 죽을 놈은 아닌데, 대체 그 녀석을 어떻게 한 걸까.
"아아... 좀 기대했는데.. 제, 선배님은 대체.. 어디있을까요..? 당신은 완벽하지만.. 제 선배님은 아니었군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의 양 손이 총처럼 모아져 나를 겨눈다.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는 것 처럼. 하지만 그의 표정은 가득 망가져있었다. 울음과 웃음이 범벅된 일그러진 얼굴은 한껏 아파보였다.
"빵-"
*
몇번째일까, 얼마나 나를 죽이고, 선배님을 죽였을까. 내 선배님은 언제 쯤 만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행복하고 선물을 받는 날인데, 왜 나를 위한 선물은 없을까.
왜 나의 선배님은 없을까.
캐롤이 울리고 하얀 눈이 내렸다.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계속된다. 나는 아직도 전하지 못한 내 선배님을 위한 고백을 입에 담아두고 있었다.
"선배님..."
"....너는 누구지?"
사랑해요.
"빵-"